지난 7월 정부는 대선에서 밝힌 지역 공약 이행을 위한 계획이라 할 수 있는 공약 가계부를 발표했다. 새 정부의 구체적 공약 이행 계획을 밝힌 것이라 지역 사회에서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켜봤지만 결과는 매우 참담했다.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특히 지역 사회가 실망했던 점은 아마도 복지공약 축소와 지역 공약 포기가 아닐까 한다. 지난 대선에 가장 큰 관심 사항 중 하나가 복지 확대였다. 박 대통령은 증세 없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었지만 당시에도 매년 27조의 추가 비용이 필요한 복지 공약을 이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었다. 역시나 선거가 끝나고 구체적 계획을 밝히는 과정에서 입장을 번복하며 논란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복지 공약이 우리나라 전체 차원의 보편적 내용이었다면 지역 공약은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내용들이었다. 하지만 현 대통령은 과거의 약속을 제대로 지킬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현 정부도 지난 이명박 정권과 마찬가지로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대해 제대로 된 전망을 갖지 못하고 있는데 있다.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지방정책의 후퇴는 지역 간 불필요한 경쟁만 심화시키고 지방민들의 삶의 질을 현격하게 악화시켰다. 따라서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중앙 정부의 분명한 정책적 의지를 보였어야 했다.

선진국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프랑스의 경우 1963년 국토 균형발전 정책을 관장하는 '국토균형개발청'을 만들어 공공기관의 지방이전을 주도하는 등 지역 균형발전을 위한 많은 정책을 수행해 왔다. 현재 이 기구는 2003년 기능을 확대해 '국토 균형 및 지역 경쟁력 강화 개발청'으로 재창설돼 프랑스 전국토를 다극분산 네트워크의 경쟁력을 갖춘 구조로 변혁시키기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또 이탈리아에서는 1950년대부터 '남부지역 개발법'을 제정하고 본격적인 남부개발정책을 시작했다. 투자자금의 무상 지원과 각종 세제혜택을 제공하는 등 가난하고 낙후된 이 지역을 발전시켜 북부 이탈리아와의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공공투자의 비효율성, 낮은 노동생산성, 사회간접자본 부족 등으로 충분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그러자 이탈리아 정부는 2005년 4월 '국토개발부'를 신설하고 대규모 남부 개발자금을 책정하였고 기간 설비 확충을 위한 세제 지원 등 지역 간의 양극화 해소와 균형 발전을 위한 추가적 조치를 단행했다.

유럽의 선진국들이 이러한 조치를 취하며 지방을 살리기 위해 적극적인 이유는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사회정의를 실현하는 정치적 의미뿐만 아니라 경제적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스위스의 바젤 경제연구소가 세계 29개국을 대상으로 하여 지방분권과 경제적 성과간의 경험적 연구를 한 결과 지방분권의 수준이 높은 나라일수록 GDP성장과 1인당 GDP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호남을 눈물을 닦아 주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 대통령이 인사와 공약 이행 계획을 발표한 것을 보면 수사에 그칠 개연성이 크다. 지금이라도 대통령이 자신의 약속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분명한 철학을 가져야 한다. 그것에 답은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에 있다. 지방이 살아야 나라도 산다.